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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s Library

[북리뷰]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지음

언어의 온도

 

 

 


문장 수집


 

01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02

"그냥"이라는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03

인생의 사거리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이정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안내판이 없다는 건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애초에 길이 없으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정해진 길이 없는 곳을 걸을 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 솔직히 말해, '솔직하기' 참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남을 속이면 기껏해야 벌을 받지만 나를 속이면 더 어둡고 무거운 형벌을 당하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형벌을..

 

 

04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05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 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란 것도 나를, 내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06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 그리고 어쩌면 활활 타오르는 분노는 애당초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잠시 빌려온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냉각기를 통과해서 화가 식는 게 아니라, 본래 분노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07

우리는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하다.

 

 

 

 


북리뷰


 

시나 에세이 종류의 책들은 삶 속에서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잠깐의 휴식을 함께 하고 싶을 때 찾게 된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가볍게 들어서 읽기에 좋다. 나는 시나 에세이 같은 책을 읽을 때면 잔디 깎기가 생각난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삐죽빼죽 상처와 고단함이 자라난다. 정리가 필요하다. 그때 책을 들어 내 마음을 예쁘게 다듬어준다. 읽고 나면 충만한 느낌에 다시 살아볼 힘을 얻는다. 

 

 

사람의 정상체온의 범위는 35.8~37.2℃ 사이로 매우 좁다. 환경 조건이나 활동량이 심하게 변하더라도 정상체온의 범위는 매우 좁은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그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지속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사람의 생존에 있어서 온도는 매우 중요한데 글과 언어의 온도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타인을 향한 나의 언어의 온도는 몇 도일까? 내 감정을 앞세워 상대를 얼어붙게 만들거나 뜨겁게 화상을 입히진 않았는가 생각해본다. 말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대화의 기술은 살아가면서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이지만 언어의 온도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로 바뀌기 전의 내 마음속 감정의 온도가 너무 차갑거나 뜨겁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이누이트들의 분노 조절법처럼 시간을 주어야 한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내 마음속 감정의 온도가 적정 범위로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후에 언어도 표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를 향한 나의 언어의 온도는 몇 도일까?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하루에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그 생각들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 생각들은 곧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존재하게 한다. 책에서 저자는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 어떠한 사건이나 실패에 대해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잠시는 편할 수 있어도 그 자리에 후회와 무력감이 자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닌 척, 괜찮은 척해봐도 스스로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하고 있는가 생각했다. 나를 향한 언어가 후회와 무력감으로 나를 속이지 않도록 솔직하게 마주하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